암흑물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개요
하나의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친구 2명과 함께 정원이 18인승인 엘리베이터에 탔다고 가정해 보죠. 3명만 탔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삐~ 소리가 울리며 정원 초과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엘리베이터 수리 업체가 와서 하는 말이 "3명이 탄 건 맞지만, 실제로 무게는 정원이 다 찬 것처럼 측정이 된다."라고 한다면, 기분이 이상할 겁니다. 뭔가에 씐 것처럼 느껴지겠죠. 실제로 우주 전체 질량에서 관측할 수 있는 물질은 단 5%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95% 중 68%가 암흑에너지이고, 27%가 오늘 다룰 암흑물질입니다. 질량은 있어서 중력과는 상호작용하지만 중력을 제외한 그 어떠한 물질과도 상호작용하지 않고 직접 관측할 수 없는 물질, 우주 전체에 거의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서 존재 자체는 확인했지만 실체를 파악조차 할 수 없다는 물질. 우리는 이러한 물질을 '암흑물질'이라 부릅니다. 오늘은 암흑물질의 역사와 암흑물질의 후보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암흑물질의 역사
1933년, 스위스의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Fritz Zwicky)는 은하단 내 1000여 개 은하의 회전 속도가 예측한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질량이 무거우면 중력이 강하고 따라서 은하의 속도가 높아집니다. (重질량 → 强중력 → 高속도) 실제 관측된 질량보다 훨씬 더 강한 중력과 빠른 속도의 은하를 발견했다는 것은 관측이 불가능한 미지의 물질과 질량이 존재함을 암시하는 것이었죠. 그는 이러한 관측 결과를 토대로 '암흑물질'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합니다. 그러나 그가 암흑물질을 주장할 때만 해도 너무나 선구적인 주장이라 사람들은 그의 말을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 들어서야 >새로운 관측 증거가 뒷받침되면서 암흑물질론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미국의 천문학자인 베라 루빈(Vera Rubin)은 암흑물질의 관측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우리은하 같은 나선 은하는 은하의 중심으로 갈수록 물질이 많기 때문에 重질량, 强중력, 高속도의 특성을 띠고 이러한 특징은 은하 외곽으로 갈수록 약해집니다. (=회전속도가 느려진다) 그런데 실제 관측 결과는 은하의 중심이나 외곽이나 회전속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200여 개의 다른 은하도 조사했는데, 거의 비슷한 관측 결과를 내놓습니다. 매우 신기한 현상이지만 동시에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었던 것이죠. 그의 관측 결과는 암흑물질을 도입하면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그는 은하 주변에 헤일로 형태로 있는 암흑 헤일로(Dark Halo)가 은하 외곽의 중력을 자극해서 회전속도가 비슷해진다는 주장으로 암흑물질론의 발전에 기여합니다.
1980년대 이후에 총알 은하단의 중력 렌즈 효과*¹, 우주배경복사, 우주 거대 구조*² 등의 관측 결과는 암흑물질의 존재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제공했습니다.
*¹ 총알 은하단(Bullet Cluster, 1E 0657-558)의 중력 렌즈(Gravitational Lensing) 효과
총알 은하단은 두 개의 은하단이 서로 충돌하여 하나의 은하단으로 합쳐지는 과정에 있는 은하단입니다. 일반 물질은 상호작용으로 더이상 각기 움직이는 방향으로 흐르지 못하고 묶이게 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겁니다. 예를 들어 사람 둘이 서로를 향해서 달려오면 당연히 통과하지 못하고 어느 한 점에서 충돌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은하 주변에 있던 암흑헤일로는 은하 중심에 있는 일반 물질이 충돌하든 말든 가던 방향으로 서로를 통과하듯이 지나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암흑물질은 중력을 제외한 그 어떠한 물질과도 상호작용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총알 은하단에 암흑물질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었을까요? 여기서 중력 렌즈 효과가 나옵니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예측한 중력 렌즈 효과는 빛이 중력에 휘는 현상을 말합니다. 관측 결과 암흑헤일로가 많이 분포된 은하단 주변이 은하단 중심부보다 더 많은 빛의 굴절률을 만들어낸다는 걸 알아낸 것이죠.
*²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와 우주 거대 구조(Large Scale Structure of the Universe)
암흑물질은 우주 거대 구조나 우주배경복사를 설명하는 데에도 필요합니다. 초기 은하에서 별과 은하가 뭉치는 데에 암흑물질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우주 거대 구조가 지금의 모양을 갖게 된 주요 원인도 암흑물질의 중력 영향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우주 배경 복사
빅뱅 이후 약 38만 년이 지난 시점에 우주는 급팽창하면서 식기 시작했습니다. 팽창 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에 외부와 열 ㅈ에너지를 교환할 틈도 없이 부피만 늘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우주는 위치에 상관없이 열에너지가 균일하게 분포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우주 초기의 열에너지는 약 138억 년이 지난 지금 우주 배경 복사의 형태로 남아있습니다. 우주 배경 복사는 관측 위치와 방향에 상관없이 거의 일정하게 2.7K의 전파의 형태로 분포되어 있습니다. 이를 우주배경복사의 등방성이라고도 합니다. 모든 방향에서 균일한 열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죠.
사진에서 보이는 색상은 우주 배경 복사의 온도 차이를 나타냅니다. 파란색 - 초록색 - 노란색 - 주황색 - 빨간색으로 갈수록 온도가 높아집니다. 온도 차이가 극히 미세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러한 온도 차이는 균일하지 않다는 뜻이고, 물질 분포 또한 불균일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초기 우주에 물질이 더 많이 모인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었음을 말합니다. 重질량 → 强중력이므로 중력이 더 강한 곳에 오랜 시간 동안 성간 물질이 모이게 되고 그 결과 더 많은 별과 은하가 탄생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 물질로 별과 은하의 형성을 완전히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보통 물질의 양은 전체 물질의 5%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별과 은하의 생성을 설명하기에는 매우 부족합니다. 별과 은하를 만들어내는 강한 중력이 작용하려면 우리가 알 수 없는 물질이 아주 많아야 설명이 가능합니다. 만약 우주 초기부터 암흑물질이 많이 존재했다면 암흑물질이 모인 곳에 중력장이 형성되면서 성간 물질 등이 빠르게 모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암흑물질을 받아들인다면 현재 우주의 중력 현상뿐만 아니라 초기 우주의 형성 과정까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주 거대 구조는 우주에 분포하는 은하들이 나타내는 거품과 같은 구조입니다. 이는 우주 내 은하의 3차원 공간 분포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빅뱅 이후 초기 은하들은 무분별하게 팽창하다가 점차 암흑물질의 중력 영향을 받아 암흑물질의 분포처럼 뭉쳐 결국 거품 모양을 형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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