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의 특징과 구조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블랙홀의 특징
1. '블랙홀', 말 그대로 검은 구멍이라는 이름 때문에 그 공간이 뻥 뚫려있다거나 검은 구체로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특징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일 뿐 공간이 뚫려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이유로 블랙홀 자체를 직접적으로 관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만약 직접 관측이 가능하더라도 중력 렌즈 효과 때문에 매우 왜곡된 검은 구의 모양으로 보일 것입니다. 현재는 블랙홀의 물리적 특성으로 생기는 강착원반이나 주변에 있는 다른 천체 등으로 간접적인 관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HT 연구팀이 촬영한 사진도 블랙홀 주변의 강착원반을 본 것이고, 그 안에 있는 검은 형체도 사건의 지평선의 그림자인 것입니다.
2. 블랙홀이 형성되는 데 꼭 초고밀도의 환경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환경, 즉 태양 정도 되는 질량과 비슷한 블랙홀이 만들어지려면 초고밀도가 필요조건이긴 합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질량이 태양의 수십억 배 이상인 초대질량 블랙홀은 밀도가 지구의 일반적인 물체보다도 낮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3. 일반적인 블랙홀은 X선 파장의 망원경을 제외하면 관측이 불가능합니다. 예외적으로 태양 질량의 수억 배 이상 되는 블랙홀을 중심에 감싸고 있는 퀘이사(Quasar) 같은 거대 발광체는 매우 밝기 때문에 가시광선을 포함한 모든 파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4.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은 느려집니다. 나 자신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다고 가정해보죠. 외부에서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블랙홀에 가까이 다가간 나의 모습은 시간이 거의 멈춘 듯 매우 느리지만, 블랙홀에 가까워진 나의 시간 감각은 그대로입니다. 외부에서 보면 블랙홀에 가까울수록 시간이 무한대로 확장되기 때문에 제가 사건의 지평선에 가까워지는 데만 해도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결국 사건의 지평선을 넘는 것을 볼 수 없을 겁니다. 반대로 빨려 들어가는 입장에서 우주 밖을 바라보면 우주의 결말을 아주 빠르게 볼 수 있습니다.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 압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들어간다고 가정을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입니다. 들어가는 순간 발과 머리 사이의 중력 차이로 발부터 칼국수 면처럼 늘어나 원자 단위로 분해되기 때문에 결국 우주의 종말을 볼 수는 없죠.
5.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가면 탈출할 수 있을까요?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절대 탈출할 수 없습니다.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간 물질은 곧장 특이점으로 갑니다.
블랙홀의 구조
강착원반(Accretion Disk)과 제트 (Jet)
블랙홀의 강착원반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가스와 먼지들이 중력에 의해 주변에서 압축된 상태로 회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예를 들어보죠. 세면대에 물을 채운 후 배수구 뚜껑을 열면 중력에 의해 세면대 주변의 물이 회전하면서 배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회전하는 모양이 강착원반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강착원반에 있는 물질의 속도는 아주 빨라서 거의 빛의 속도에 비견될 정도입니다. 강착원반의 공전 속도가 매우 빠른 나머지 자기장이 꼬이게 되면, 이 에너지는 열로 변환되어 플라스마의 형태로 강착원반에서 방출됩니다. 이를 제트라고 합니다.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매우 강한 중력으로 빛을 포함한 어떠한 물질도 빠져나갈 수 없는 특정 반지름을 슈바르츠실트 반경이라고 하는데요. 이 슈바르츠실트 반경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부릅니다. 절벽 끝 아슬아슬하게 떨어지기 직전의 경계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기 직전의 경계까지만을 볼 수 있습니다.
특이점(Singularity)
블랙홀의 중심에는 시공간의 휘어짐과 중력 밀도가 무한대가 되는 중력 특이점이 존재합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은 동일하고(등가원리),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물체가 가속할수록 시간이 지연됩니다. 즉, 블랙홀의 특이점에서는 시간이 멈춥니다. 슈바르츠실트가 일반상대성이론의 해를 풀어 수학적으로 개념을 정립한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사실상 현실에서는 없는 블랙홀)의 특이점은 점 모양이지만, 이번에 EHT 연구진이 촬영한 블랙홀을 포함한 현실 세계 대부분의 블랙홀은 회전하는 블랙홀(Kerr Black Hole)로서 특이점 모양이 고리입니다.
블랙홀의 증발과 블랙홀 정보 역설
(Black Hole Information Paradox)
1974년, 스티븐 호킹(Steven Hawking) 박사는 일반상대성이론에 양자역학을 결합한 이론으로 블랙홀에서 물질이 빠져나가 블랙홀이 증발할 수 있음을 주장했습니다. 호킹 박사는 자신의 이론인 호킹복사(블랙홀은 열복사선을 방출한다.)에 근거해서 이러한 주장을 했습니다. 블랙홀이 에너지를 방출하면 질량이 줄어들고, 줄어든 블랙홀은 수축함에 따라 온도가 상승할 것입니다. 뜨거워진 블랙홀은 더 빠르게 복사파를 방출하고,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 블랙홀이 아주 작아지거나 증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이 현재까지도 논란을 빚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블랙홀 안에서 열복사선은 방출되지만 그 안에 있는 물리적인 양자적 정보는 블랙홀 내부에서 파괴될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었습니다. 양자역학에서는 물리적인 양자적 정보라는 것이 절대 파괴되지 않는 것인데, 이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기 때문이죠. 이를 블랙홀 정보 역설이라고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의 개념을 완전히 하나로 통합하는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 주류 학계는 "블랙홀 안에 있는 정보는 삭제되지 않는다."라는 것인데, 어쨌든 이러한 역설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는 관련 이론들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천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피처 & 케플러 우주 망원경 (3) | 2023.09.22 |
---|---|
암흑물질 (Dark matter) (3) | 2023.09.10 |
블랙홀 (Black Hole) 1 (3) | 2023.09.06 |
태양 (Sun) (1) | 2023.09.05 |
허블 우주 망원경 (Hubble Space Telescope) (1) | 2023.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