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블랙홀(Black Hole)은 극단적으로 강한 중력을 갖고 있어서 물질뿐만 아니라 빛조차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천체입니다.
명칭
블랙홀이 지금과 같은 이름으로 불리기 전에는 붕괴한 별을 뜻하는 Collapsar 등으로 불렸습니다.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해서 너무 어두운"이라는 의미로 블랙홀이란 단어가 기록된 최초의 출판물은 1964년 저널리스트 앤 유잉(Ann Ewing)이 Science Newsletter에서 "Black holes inspace"란 제목의 기사입니다. 그 후 1967년 미국의 물리학자 존 휠러(John Archibald Wheeler)가 이 단어를 쓰면서 대중에게도 유명해졌습니다.
이론사
블랙홀의 이론적 가설은 18세기 후반부터 제안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수학자인 피에르시몽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는 빛에 입자설과 뉴턴 역학에 근거해 "질량과 밀도가 충분히 큰 천체가 있다면 그 중력 또한 빛이 빠져나오지 못할 만큼 클 것이다."라고 추측했습니다. 그 후에 다른 과학자들도 비슷한 주장을 했습니다만, 빛의 입자설이 소수설이 되고 파동설이 정설이 되면서 이러한 연구들은 지속되지 못합니다.
현대 블랙홀 이론의 선구자는 독일의 천체물리학자인 카를 슈바르츠실트(Karl Schwarzschild)입니다. 1915년, 그는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일반상대성이론 방정식의 해를 풀어 블랙홀의 수학적 개념을 정립합니다. 그는 해를 통해 블랙홀의 중심에 시공간의 휘어짐이 무한이 되는 '특이점'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아인슈타인 또한 일반상대성이론에서 특이점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했지만, 어디까지나 수학적인 개념일 뿐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930년 당시 인도 출신의 영국 유학생이자 대학원생이었던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Subrahmanyan Chandrasekhar)는 태양 질량의 1.4배 이상의 무게를 가진 항성은 백색왜성이 될 수 없고 그보다 더 큰 질량의 항성은 블랙홀이 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도출해냅니다. 당대 석학이었던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이 이론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찬드라세카르와 논쟁했지만, 30년대 후반부터는 동료 과학자들이 찬드라세카르의 손을 들어주기 시작합니다.
1939년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Julius Robert Oppenheimer)는 그의 제자와 함께 일반상대성이론을 토대로 한 사고실험을 통해 별의 초신성 폭발 후 만들어지는 중성자 핵의 질량이 기준 이상 무거울 경우 중성자별 단계를 넘어 더 붕괴가 된다는 중력붕괴 현상을 주장했습니다.
1965년에 펜로즈는 "Physical Review Letters"에 "Gravity Contraction and the Singularity of Space-time(중력 수축과 시공간의 특이점)"이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펜로즈는 별이 수축하는 동안 소위 포획 표면(Trapped surface)이 있으며, 수축하는 물질이 null(0) 에너지 조건을 만족하면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에서 특이점이 발생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특이점 또는 블랙홀이 자연의 중력 수축 과정을 통해 완전히 형성될 수 있는 천체의 한 유형임을 강력하게 방증하였습니다. 또한 슈바르츠실트 측정법이 발견된 이후 약 50년 동안 격렬했던 논쟁의 종식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1975년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은 블랙홀이 빛을 포함한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지만 입자를 방출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양자역학적 효과로 블랙홀 주변의 진공 상태에서는 입자와 반입자 쌍이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변동 때문에 블랙홀은 입자를 방출하고 질량과 에너지를 잃고 결국 블랙홀이 증발하여 무(無)로 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때 방출되는 빛 입자(에너지)가 바로 그 유명한 '호킹 복사'입니다. 그러나 30년 후인 2004년 호킹 박사는 스스로 블랙홀 이론을 수정했습니다. 양자역학의 원리는 정보는 완전히 파괴될 수 없고 에너지는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그러나 호킹 블랙홀 이론은 정보(입자 등)가 블랙홀의 특이점으로 끌려가 그곳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이러한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와의 모순은 과학자들 사이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0년 후인 2014년 호킹은 이를 다시 개정했습니다. 양자 중력 이론과 초끈 이론 등이 발전하면서 호킹의 블랙홀 이론과 충돌하고 있지만 명확히 답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관측사
최초의 X선 블랙홀 천체 발견
블랙홀은 그 성질상 직접적인 관측이 불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간접적 관측으로 블랙홀의 존재를 발견했습니다.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블랙홀의 존재는 이론적인 존재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X선을 관측하는 방법이 발전하면서 천문학은 한 단계 스텝 업하게 됩니다. 미국 MIT 공대를 중심으로 한 연구자 그룹은 X선 관측 위성으로 수많은 천체를 관측했습니다. 거의 모든 천체에 대해서 X선의 발생 원인이 초신성의 잔해나 펄서 또는 중성자별임을 밝혀내지만 백조자리 X-1만큼은 발생 원인이 불명확한 것으로 나타나 천문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관측 결과 X-1의 쌍성인 HDE 226868 변광성의 물질이 X-1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로써 X-1은 인류가 최초로 발견한 블랙홀이 되었습니다.
최초의 중력파 관측
2015년 9월, LIGO(중력파 관측기) 공동연구팀은 13억 광년 거리에서 질량 약 30 M☉의 블랙홀 두 개가 서로 충돌 후 합쳐져 질량 60 M☉의 단일 블랙홀로 변할 때 발생한 중력파를 발견하였습니다. 2016년 2월, 그들은 처음으로 중력파 관측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합쳐지기 전 두 물체 사이의 거리는 350km에 불과했고, 질량이 자그마치 30M☉인 두 물체가 근접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둘 다 블랙홀이라는 것 외에는 합리적인 설명이 없습니다. 두 블랙홀의 융합 후 생성되는 중력파 감지에 대한 이론적 예측은 이들이 융합 후 안정되면서 중력파가 급격히 감소한다는 것이었는데, 검출된 중력파의 특성이 이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최초의 블랙홀 관측
마침내 2019년 4월, EHT(사건의 지평선 관측 프로젝트) 국제 공동 연구팀은 전 세계에 있는 주요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인류 최초로 블랙홀 촬영에 성공합니다. 연구팀은 처녀자리 A 은하인 M87의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촬영했습니다. 작년 5월에는 우리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 궁수자리 A*를 촬영하는 데에도 성공합니다.
블랙홀 특징과 구조 등에 대해서는 블랙홀 2편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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