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
명왕성은 1930년부터 2006년까지 행성이었으며, 지금은 왜행성이 된 천체입니다. 과연 명왕성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정말 비운의 천체일까요? 아니면 자기 자리에서 본인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당당한 천체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명왕성의 발견, 명왕성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와 논란, 명왕성이 왜행성이 된 과정 등을 통해 '하트 행성'으로도 불리는 명왕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명왕성 발견
명왕성은 1930년에 미국 로웰(Lowell) 천문대에서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가 발견했습니다. 발견자인 클라이드 톰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요. 1930년대에는 많은 천문학자가 새로운 천체를 찾기 위해서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새로운 행성을 찾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1. 며칠 간격을 두고 같은 공간을 찍는다.
2. 찍은 사진들을 일일이 비교해 천체들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3. 항성(별)은 너무 멀어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니 고정된 것은 별이다.
4. 사진들을 비교해 움직인 것은 행성이다.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작업이다 보니, 로웰 천문대에서는 사진을 비교하고 차이점을 찾아내는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했었는데요. 피고용인 중 한 명이 톰보였고 좋은 눈썰미를 가진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명왕성 발견으로 유명해진 톰보는 놀랍게도 천문학자가 아닌 천문학을 좋아하는 보조 연구원이었는데요. 이후 본격적으로 천문학을 수학해 석사까지 취득한 후 천문학자로서의 길을 걷게 됩니다.
명왕성 논란
명왕성은 행성의 막내로 편입되자마자부터 논란에 휘말리게 됩니다. (당시 천문학계가 유럽 대 미국으로 나뉘어 있었던 것은 아님을 먼저 밝혀드립니다) 어쨌든 8개 행성은 유럽에서 발견했고 마지막 명왕성만이 미국에서 발견했었기 때문에, 명왕성은 미국민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지만 유럽에서는 명왕성을 못마땅해하는 기류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명왕성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게 된 원인에는 무엇보다 명왕성 그 자체에 있었습니다. 태양계의 막내는 행성으로 보기에는 조금은 어색한,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 크기가 너무 작다.
최초 발견 시 지구만 할 것이라는 예측이 무색하게, 명왕성은 생각보다도 더 작았습니다. 지름이 약 2370km로 지구의 18%밖에 되지 않으며 달과 비교해도 약 67%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질량도 지구의 0.6%, 달의 20%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 공전 궤도가 찌그러져 있다.
명왕성은 길쭉한 타원 공전 궤도를 가졌습니다. 공전 주기 248년 중 20년은 해왕성보다 더 태양에 가깝게 있습니다. - 공전 각도도 혼자 튄다.
다른 8형제들의 공전 각도는 최소 0.77도(천왕성)에서 최대 7도(수성)지만 명왕성은 혼자 17도나 기울어져 있습니다. - 외행성이지만 암석과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태양에서 비교적 가까이 있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암석형 행성으로서 지구형 행성이라 불립니다.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기체형 행성으로서 목성형 행성이라 불리죠. 그런데 명왕성은 외행성임에도 불구하고 지구형 행성과 비슷한 특성을 갖습니다.
왜행성 명왕성(Dwarf Planet)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명왕성은 수십년간 행성의 지위를 잃지 않고 당당히 행성 중 하나로 교과서에 실려있었습니다. 그런데 90년대 이후부터 태양계 외곽에서 작은 천체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게 되는데요.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행성의 정의를 다시 내릴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행성의 정의가 새롭게 내려집니다.
- 항성을 중심으로 공전하지만 다른 행성을 공전하지는 않는다.
- 완전히 둥근 모양을 갖출 만큼의 질량을 갖고 있지만, 내부에서 핵융합반응을 일으킬 만큼 질량이 크지는 않다.
- 주변의 작은 천체들을 청소해 주변이 깨끗한 상태여야 한다.
명왕성은 위의 3가지 기준 중 마지막 세 번째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태양계 8개 행성 주변은 말끔히 치워져 있지만, 명왕성의 공전 궤도에는 수많은 얼음덩어리 천체들(카이퍼 벨트)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있는 세레스(Ceres)나 명왕성과 비슷한 에리스(Eris)도 행성이 될 수 없었습니다. 마침내 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IAU)은 투표를 통해 90%의 찬성률로 명왕성을 행성의 지위에서 박탈하고 왜행성으로 재분류합니다. 이로써 명왕성은 76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카이퍼 벨트에 속한 왜행성으로 남게 됩니다.
뉴호라이즌스호(New Horizons)
아직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누리고 있었던 2006년 1월, 명왕성 탐사를 위해 뉴 호라이즌스호가 발사됩니다. 그로부터 9년 뒤인 2015년 7월, 뉴 호라이즌스호는 지구로부터 약 40AU(약 57억 km) 떨어져 있는 명왕성의 최근점에 도달한 뒤, 촬영한 사진을 지구로 보내옵니다.
막내 행성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명왕성은 마치 이에 답이라도 하듯, 예쁜 하트 모양을 간직한 채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카이퍼 벨트의 왕
왜행성으로 강등된 명왕성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비운의 천체로 남게 되는 걸까요? 아닙니다. 명왕성은 현재까지 인정된 5개의 왜행성(명왕성, 에리스, 하우메아, 마케마케, 세레스) 중 가장 큰 왜행성일 뿐만 아니라 태양계 바깥쪽 작은 소행성들의 집단인 카이퍼 벨트에서 가장 큰 카이퍼 벨트의 왕이 되었습니다. 천문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유명한 닐 디그레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깁니다. "이제 명왕성은 막내 행성이 아닌 카이퍼 벨트의 왕으로 행복하게 지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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