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 금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성과 금성의 관측 및 탐사 역사, 공전과 자전의 특징, 물리학적 특성을 위주로 살펴보겠습니다.
수성(Mercury) : 태양계의 작고 뜨거운 행성
1. 수성의 관측 및 탐사 역사
지구에서 수성을 관측할 경우 수성은 태양과 매우 가깝기 때문에 일출 직전과 일몰 직후의 짧은 시간밖에 관측할 수 없습니다. 또한 지구와 수성과 태양의 위치 관계에 따라서는 망원경을 사용하더라도 관측이 어려운 경우들이 있습니다. 수성을 탐사한 최초의 탐사선은 1974년 NASA 탐사선인 매리너 10호입니다. 매리너 10호는 탐사를 통해 수성의 온도와 수성 지표의 40%가 조금 넘는 지도를 작성했습니다. 이때 촬영된 수성의 표면에 다수의 크레이터가 있어 한때 달과 유사한 환경일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수성은 직접 관측뿐만 아니라 탐사선을 보내기도 비교적 어렵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점이 많은 행성이지만, 2004년 메신저호가 수성 궤도로 진입하여 탐사한 것과 더불어 직접 관측 기술 또한 향상되면서 점차 수성에 관한 과학적 사실들이 집적되고 있습니다.
2. 공전과 자전 특징
수성의 공전 주기는 약 88일로 매우 빠른 편에 속합니다. 공전 궤도는 타원형을 그리고 있는데, 태양에서 가장 가까워진 거리인 근일점은 0.31 AU(약 3,650만 km)고 가장 먼 거리인 원일점은 0.47 AU(약 7천만 km)입니다. 이 근일점과 관련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1800년대에 과학자들은 수성의 근일점이 태양 주위를 도는 형태로 천천히 이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관측치는 100년당 5,610초인데 고전 역학 계산으로는 5,567초라서 43초라는 말도 안 되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한때는 태양으로부터 수성보다 더 가까운 행성이 있는 거 아니냐는 설이 있기도 했었죠. 뉴턴 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43초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완벽히 풀리게 됩니다. 태양의 중력을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넣고 계산했더니 정확히 43초가 나왔던 것이죠.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우주적 규모로도 적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놀라운 순간이었습니다. 수성은 태양을 두 번 공전하는 동안 세 번 자전하는 특이한 주기를 갖고 있습니다. 자전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수성은 일정한 날씨 패턴이 형성되기 어렵고, 일교차가 -180℃에서 430℃로 극단적인 온도 변화를 이룹니다.
3. 물리적 특성
수성의 적도면 직경은 4879.4km로 지구의 38%에 불과합니다.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가니메데나 토성의 위성 중 하나인 타이탄보다도 작습니다. 수성에는 1,800km 정도의 핵이 존재하는데 행성 반경의 75%에 해당합니다. 수성 질량의 70%는 철이나 니켈 등의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고, 나머지 30%는 규산염으로 되어있습니다. 평균 밀도는 5,430kg/㎥로 지구에 비해 약간 적습니다. 핵 비율이 큰 것에 비해 밀도가 그리 높지 않은 이유는 지구는 자전에 의해 행성 부피가 압축되고 밀도가 높아진 반면 자전 속도가 느린 수성은 압축되는 비율이 낮았기 때문입니다. 핵은 지구의 내핵과 외핵처럼 고체와 액체로 분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7년에 전파 관측에 의해 수성의 핵에 액체 부분이 존재함을 나타내는 자기장이 관측되었습니다. 2019년에는 메신저 호가 관측한 데이터와 모델 계산을 통해 핵 중심에 직경 2,000km에 달하는 고체 핵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수성의 표면은 크레이터, 협곡, 구덩이 등 다양한 지형 특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성은 거의 대기가 없는 행성으로 매우 얇은 대기층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극심한 온도 차를 보이며 태양풍에 직접 노출되어 있습니다.
금성(Venus) : 태양계의 화려한 샛별과 저녁별
1. 금성의 관측 및 탐사 역사
금성은 오래전부터 관측되어 온 천체 중 하나입니다. 그리스 로마 시대 사람들은 금성을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신(샛별의 여신과 저녁별의 여신)으로 여겼습니다. 새벽과 저녁에만 관측할 수 있고, 해와 달 다음으로 밝게 보이는 별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소 냉전 시대 때 소련은 베네라 계획으로, 미국은 매리너 계획과 비너스 계획으로 금성을 탐사했습니다. 소련은 1961년 베네라 1호를 시작으로 70년 베네라 7호를 착륙시켜 데이터를 수집하였고 75년 베네라 9호로 처음으로 금성 지표를 촬영합니다. 이후 베네라 16호까지 금성 궤도에 투입하면서 다양한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미국은 1962년 매리너 2호 때 최초로 지구가 아닌 행성을 방문했고 67년 매리너 5호는 금성의 대기를 촬영해 금성의 대기가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73년 매리너 10호는 스윙바이를 이용해 최초로 두 행성(수성, 금성)을 탐사했습니다. 매리너 계획을 통해 얻은 스윙바이 관련 연구 자료들은 이후 보이저 계획으로 이관되어 보이저호 탐사 성공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 스윙바이(Swing-by)
탐사선이 먼 거리를 갈 때 행성(천체)의 중력을 역이용하여 가속하는 항해법을 말합니다.
2. 공전과 자전 특징
금성은 평균 약 1억 800만km 거리를 두고 224.7일마다 공전합니다. 지구나 다른 행성에서는 태양이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집니다. 반면 금성은 자전축이 거의 180도 뒤집혔기 때문에 태양이 서쪽에서 뜨고 동쪽으로 집니다. 금성의 자전이 왜 반시계가 아닌 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큰 천체와의 충돌의 결과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자전축이 뒤집힌 탓에 궤도면에서는 거의 수직을 이루고 있어 계절 변화는 거의 없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금성의 자전 주기는 약 243일로 태양계 8개 행성 중 가장 느립니다. 그렇다면 금성의 하루는 지구 시간으로 243일일까요? 아닙니다. 금성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금성의 하루는 약 117일입니다.
3. 물리적 특성
금성은 지름이 약 12,104km로 지구에 비슷한 크기여서 표면적으로는 지구와 유사합니다. 그러나 대기 상황은 판이합니다. 금성의 대기는 이산화탄소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온실효과로 표면온도가 약 460℃에 이르는데, 이는 태양에 더 가까운 수성보다도 높은 것입니다. 금성의 두꺼운 구름은 태양광의 80%를 우주 공간으로 다시 반사하기 때문에 금성 대기로의 실질적인 태양 에너지 공급은 태양에서 먼 지구보다도 적습니다. 기압도 훨씬 높아서 지구에서의 수심 920m에 해당하는 92기압(atm)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고도 45km~70km에서는 황산(H2SO4) 구름이 존재합니다. 구름 꼭대기에서는 350km/h의 속도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금성의 북극과 남극에서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불고 있습니다. 북극 소용돌이는 1978년 NASA의 탐사선 파이오니아 비너스가, 남극 소용돌이는 2006년 ESA(유럽우주기구)의 탐사선 비너스 익스프레스가 발견했습니다.
맺음말
수성과 금성, 이 두 행성은 태양계 안에서도 독특한 위치와 특징을 가진 행성입니다. 우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들을 관측하고 탐사하며 비밀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태양계와 우주의 넓은 세계에 대한 이해를 더욱 확장하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작고 뜨거운 행성인 수성은 그 고유한 공전과 자전 패턴으로 존재감을 알리고 있고 물리적 특성은 우리에게 외계 행성들의 다양성과 환경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줍니다. 금성은 아름다운 모습만큼 화려한 특징들로 가득 찬 행성으로,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진 밀도 높은 대기와 극한의 온실 효과는 우리에게 지구의 환경과 기후 변화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해 줍니다. 앞으로도 지구 이외의 이웃 행성들을 탐사하고 연구함으로써 우주에 대한 지식을 확장하고, 우리 자신과 지구에 대한 이해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나가길 바랍니다.